보관함/시
터지는 노래들, 신용목
fromk
2015. 10. 24. 01:14
목화빛 별의 현들이 포도나무 가지 사이에 걸쳐 있다, 바람이 건드릴 때마다
아름다운 허공ㅡ너는 하나씩 환한 구멍을 매달았다
포도알을 씨째 삼키는 목구멍
좁고 막다른 골목에서 만난다
너는 진보라 투명한 빛깔의 노래를 따 한 알씩 나의 입속에 넣어주었다
씹으면 터지는 어둠의 심장을,
심장에서 흘러나온 검은 피가
조금씩 귀가의 순간을 채우며
몸 안의 얼룩으로 몸 밖의 얼룩을 지워갈 때, 마음의 뜨거운 바닥에서 데워진 슬픔이
세계의 목구멍에서 끓어넘칠 때
그곳은 영혼의 작은 정원
우리가 처음 사랑한 무성한 폐허에서
눈알을 삼킨 눈으로 본다,
수천 개의 이파리로 펄떡이는 심장을 달고 하나의 커다란 구멍으로 열리는 허공과
우리가 함께 안았던 적막,
그곳은 별들의 농장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 푯말로 기울어지며
나는 터진 봉투
아래로 스며나온 끈적한 기억 위에 버려진 목화솜 그 이불의 뜯겨진 속 혹은
깨진 소주병 담장에 찔린 포도나무이거나
목화솜 이불을 움켜쥔 포도의 넝쿨순,
그러나 나는 여기
영원히 끝나지 않을 귀가의 순간에 갇힌 텅 빈 골목, 어른거리는 그림자의 커다란 구멍 속에ㅡ멈춰 선 회오리처럼
너는 적포도주 서늘한 노래를 내 몸에 붓는다
나는 취해
허공의 심장이 뿜어놓은 세계를 다 만질 수 있을 것 같다, 검은 가지로 뻗어 있는 바람과
마음의 바닥에 눌어붙은 슬픔과
별들의 웃자란 목화밭을
화약의 둥근 환처럼 뚫린 어둠의 열매들이
솜빛 환한 연기를 지피며 터질 것 같아, 나는 두 눈을 가리고 서 있다
너는 씨째 삼켜지는 포도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