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함/시
국지성 호우, 이규리
fromk
2015. 11. 20. 01:14
어제 본 게 영화였을까
비였을까
애써 받쳐도 한쪽 어깨는 내 어깨가 아니고
한마음도 내 마음이 아니다
꽃잎이 누르스름 바닥에 들러붙는 동안
새들은 꼭 한꺼번에 울어 그 소리 따라가지 못하게 하더니
바쁜 일은 겹으로 와 너를 놓치게 했다
그렇다고 뭐라 말할 수 있을까
누가 일부러 시킨 것처럼
뒷문으로는 부고가 오고
앞문으로는 동생이 집을 나갔는데
엄마는 자신을 어디에 둘지 몰라
주저하다 주저앉았다
강수량도 되지 못하는 비
반성도 아닌 반성문
한낮의 발랄했던 외출이 주검처럼 다 젖어
그렇다고 비 때문이라 말할 수 있을까
헛된 기대는 또다시 너여서
쨍한 날에도 너 닿은 한쪽은 금세 울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