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함/시
너라는 캔버스, 강기원
fromk
2015. 12. 25. 01:14
무엇이었을까
원래 네 모습은
너라는 캔버스 위에
덕지덕지 붙여 놓은
환상의 몽타주
새벽 안개의 눈동자
콧날 위 편백나무 숲
입술의 악보
곧은 두 다리 사이 바다로 난 철길
도무지 알 수 없는
텅 빈 네 이마
바라보며 얼마나 많은 것들
붙였다 떼었는지
아, 몰입의 아름다운 시간들
난 정말 몰랐을까
네 몸에 바른 풀들이
다 마르기도 전
깊이 떠낸 내 가슴의 조각들
낱낱이 흩어지게 된다는 걸
진짜인 널 바라보는 일이
날 죽이는 일과 같아서
오늘도 난
네게 덧입힐 그림을 찾아
세상을 뒤적이고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