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함/시
정오의 카페 7그램, 강기원
fromk
2015. 12. 26. 01:12
그곳에서 만나
너와 내가 깃털보다
가벼워지는 곳
우리의 윤곽이 사라지는 곳
미농지보다 얇게 널 볼 수 있는 곳
오지 않는 너의
발걸음이 내 심장 속에서
쿵쿵거리는 곳
불현듯 당도한 네가
늦은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되는 곳
우리의 질량이 같아지는 곳
나의 7그램에
너의 7그램을 합해도
여전히 7그램인 곳
우리가 흔적도 없이 스며
더 이상 진화하지 않는 곳
비로소 네가 너인 곳
내가 나인 곳
영혼에도 냄새가
있다고 믿는 곳
누가 어떤 저울에
우리 영혼을 달아 본 걸까
아무튼
그곳에서 만나
눈부시게
캄캄한
정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