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함/시

일요일 후의 일요일, 하재연

fromk 2014. 10. 31. 02:42

더는 찾아낼 수 없는 시간들을

미루어두려고

나는 너와 만났지

피크닉 바구니의 뚜껑을 닫고서

기차라도 타면

영원한 휴일은 완벽해지지

월요일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까지

아침 창문에서 가장 멀리 어두운 곳까지


이해할 수 없는 날씨를

이해하지 않으려고

나는 너와 사랑했지

구름은 비, 돌풍은 예감

우체국에서 날아오는 것들은

종이 위에 만들어진 가볍고 까만 죽음

그리고 하얀 잠만 남겨두려고

우리는 서로의 꿈을 다 꾸어버리지


열어보면 쉰 냄새가 풍겨 나올

풍경 바깥에 달린 손잡이들을 내버려두고

우리는 칙칙폭폭 달려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