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함/시 2018. 5. 28. 09:43

별과 병, 이혜미

 왜 어떤 밤은 숯처럼 묻어나고 어떤 시간은 깨어져 빛나는 유리 조각이 되나 얼음으로 가득 찬 입을 열어 창백해진 이름을 부를 때


 입속에서 외계의 돌이 씹힌다 밤의 검은 가루를 몸에 새겨 불길한 문신을 엮고 지난 꿈들을 위해 신전을 차려야 하는가 혀 밑으로 깨진 별을 숨기면 몸속의 돌들이 일제히 달을 향해 빛났다


 낯모르는 이의 손톱을 태워 연기를 마시면 다른 몸을 얻은 것 같다 뼛속으로 빛들이 스며들어 살이 깊숙이 녹아내리는데 왜 어떤 몸은 부딪혀 불꽃이 일고 어떤 몸은 꿈속에 얼룩으로 머무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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