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함/시
2018. 5. 28. 09:31
불탄 방-너의 사진, 강정
방 안에서 문득 꺼내본 당신의 얼굴이 젖어 있다
머뭇거리던 당신의 마음이 한순간 멎는다
불빛이 죽은 먼지처럼 이글거린다
벽면을 바라보던 눈알이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며
금싸라기처럼 만개한다
내 몸과 공간 사이에 경계가 사라진다
나와 당신 사이에
나와 당신과 무관한
또 다른 인격이 형성된다
사랑이란 하나의 소실점 속에 전 생애를 태워
한꺼번에 사라지는 일
이 우주에 더 이상 밀월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