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함/시
2015. 10. 27. 01:14
독주회, 성동혁
너는 언제쯤 우리라는 말 안에서 까치발을 들고 나갈거니
내 시집의 번역은 죽어서도 네가 맡겠지만
너 말고는 그 누구도
아픈 말만 하는 시인을 사랑하진 않을 것이다
나는 먼 곳에서 오역들을 모아 편지를 만들 것이다
잘못된 문장들을 찾다 보면
우리가 측백나무 밑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이별을 견딘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
너는 아마 그때도 사랑이 오역에 의해 태어났단 걸 믿지 않을 것이다
나는 혼자서 불구덩이로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나를 홀로 두지 마소서 (이 부분에선 네 얼굴이 함께 떠오른다)
나는 더 이상의 불을 삼킬 수 없습니다
매일 기도한다
지상은 춥고 외로운 지대라 믿었다 등고선을 이으며
슬픔은 직선으로 왔는데
그릴 때만 곡선이 되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우리의 얼굴은 참 구불구불하구나
어느새 낮아지고 높아지는지도 모르게 이어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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