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함/시
2014. 12. 19. 02:55
봉봉 한라봉, 이규리
모든 당신은 슬프다, 라고 쓰고 나니 그 당신들이 주렁주렁 열린다
내가 만난 당신들 한라봉처럼 배꼽이 나왔다 배꼽 때문에 웃다가 결국 배꼽 때문에 울었다
어떤 날은 눈이 퉁퉁 부어서 나갈 수 없었는데 생감자를 썰어 붙여도 부은 눈은 가라앉지 않았다
주전자 꼭지를 닮은 배꼽, 툭 튀어나왔으므로 툭하면 아팠다
누가 어떻게 볼까를 왜,
배꼽이 내장한 고감도의 전류, 건드리기도 전에 비명이 나오는 건 이미 닿아본 때문이겠지만
저마다 아파 다른 아픔도 아파
아픈 자리에선 나비가 꽃이 도마뱀이 나오곤 했다
나도 힘이 든다고 말하려다 만다
동족끼리 아플 때는 서로 어떻게 부비나
게이가 게이를 알아보듯 내 배꼽이 당신을 알아본 건데
모든 당신은 슬프다, 라고 쓰고 나니 정말 슬픈 일은 여기까지 무사히 배꼽도 없이, 아픔도 모를 당신과 당신일 것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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