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함/시 2016. 1. 10. 01:12

마르고 파란, 김이강

아무튼 간에 너의 목소리가 나직나직하게 귀에 걸려 있다

우동 먹다 말았어

자동차도 고치고 담배고 피우고 그러던
마르고 파란 셔츠를 입은 사람이라니,
이런 묘사는 너무 외로워

처음엔 모든 게 크고 멋진 일이지만
나중엔 그런 것들도 그저 무심하게 흘러가는 거라고

쓸쓸히 말하던 사람이 있었지

그러니, 부디 잘 살아달라고 당부하던

마르고 파란 셔츠를 입은 사람을 묘사하는 너에게

그 말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어

헤어진 애인처럼 전활 받지 않는 너에게


우리 사이에 남겨진 말들이 지나치게 문학적이라고 생각해

쓰지 않는 그것들을 살아가는 것으로 대신할 줄 아는 너를,


너를

당장에 찾아가려 했어

그렇지만 잠깐 멈춰서

조금 마음을 가다듬고

달려가고 있다, 너에게


자동차도 고치고

담배도 피우고 그러던

마르고 파란 셔츠를 입은 사람을 알고 있는

어떤 당신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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