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함/시
2015. 10. 21. 01:14
펼쳐라, 달빛, 강성은
철새를 타고 먼 나라들을 여행하고 싶다
검은 숲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방랑자를 만난다면 좋겠지
우리가 멍청하다고 느낄 때까지 노래한다면 더 좋겠지
낡은 원피스를 겹쳐 입고 춤을 추다가
내 손목을 잡아끄는 달빛을 따라가다가
내 몸이 한순간 사라져도 좋겠지
네가 아름다운 수염을 가진 소년이었다면
나는 너의 관을 열어 옆에 누웠을지도 모른다
나와 결혼해주겠니
자장가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청혼했을지도 모른다
이미 죽은 너의 귓속에 속삭였을지도 모른다
달빛이 내 머리를 쓰다듬을 때 나는
우아하고 창백한 새의 부리를 쓰다듬는다
수염처럼 깃털처럼
우리는 밤하늘에서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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