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함/시 2015. 12. 8. 01:14

입김, 채호기

당신 입에서 나오는 하얀 입김

그걸 도로 내 가슴에 집어넣으려 한 것뿐인데,

하얀 영혼들이 새어 나가지 않게 흩어지지 않게

사라지지 않게 당신을 포옹하려 했을 뿐인데,


당신 입에서 막 피어나는 음악

그 보드라운 천이 내 얼굴을 감쌌어.

반투명으로 흐릿해 보이는 베일에 가려진

당신 얼굴 바다처럼 광막한 베일

그 밑에 빠져 익사하고 말았지.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투명한 공기

차갑게 얼어 딱딱한 유리창이 되었지.

당신을 가로막고 있는 유리창

꽃잎 무늬 성에가 마구 자라는 겨울 유리창

그 심해에 영원토록 갇히고 말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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