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함/시 2015. 12. 10. 01:14

별이름 작명소, 이은규

고단한 잠은 멀리 있고

나를 찾지 못한 잠은

누구의 호흡으로 도착해 하룻밤을 보내고 있을까


나는 아직

아름다운 운율에 대한 정의를

잠든 그의 숨소리라고 기록한다


두 눈을 꼭 감으면 잠이 올 거야, 없는 그가 다독이며 말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

두 눈을 꼭 감으면 감을수록

떠도는 별들이

동공의 어두운 웅덩이를 찾아와 유성우(流星雨)로 내렸다


밤새 유성우로 내리는 별들에게 새 이름을 지어주면

차가운 호흡과

별들이 돌아가는 시간이 꼭 알맞았다


오랫동안 성황을 이룰, 별이름 작명소


잠을 설친 새벽이 눈뜰 때마다

검은 액자 속 한 사람과 마주쳤다

날마다 희미해지는 연습을 하는지

명도를 잃어가는 사진 한 장


별이 태어나는 차가운 먼지구름 속

아무도 그가 먼지구름에 도착했다는 안부를 전해주지 않았다

어떤 별의 소멸은

아직 없는 별을 산란시킬 거라고 스스로 위로했지만


그 입술을 조용히 짓이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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